논알콜 무알콜
맥주의 역사
논알콜/무알콜 맥주(이하 무알콜 맥주), 과연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예전엔 진짜(?) 맥주를 즐겼던 터라 무알콜 맥주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비교적 최근에야 등장한 제품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걸? 크라우스 탈러가 무려 1979년에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무알콜 맥주의 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알콜 맥주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다양하고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특히 무알콜 맥주 시장이 활발한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Contents
1. 무알콜 맥주 주요 브랜드 출시 연혁
미국, 유럽, 일본, 우리나라의 무알콜 맥주 주요 브랜드 출시 연혁은 다음과 같습니다. 1900년대 초에 이미 무알콜 맥주가 출시되었다니… 놀랍네요 🫢
연도 국가/브랜드 및 출시 내용
1916 (미국) Anheuser-Busch, 무알콜 맥주 ‘Bevo’ 출시
1972 (독일) Engelhardt 양조장, 운전자용 맥주 ‘Aubi’ 출시
1979 (독일) Clausthaler 브랜드 출시
1986 (영국) Guinness, ‘Kaliber’ 출시 / (일본) Takara, ‘Barbican’ 출시
1989 (미국) Miller, ‘Sharp’s Beer’ 출시
1990 (미국) Anheuser-Busch, ‘O’Doul’s’ 출시
2009 (일본) Kirin, ‘Kirin Free'(0.00%) 출시
2010 (일본) Suntory, ‘All-Free’ 출시
2011 (일본) Sapporo, ‘Premium Alcohol Free’ 출시
2012 (한국) 하이트진로, ‘Hite ZERO 0.00’ / (일본) Asahi, ‘Dry ZERO’ 출시
2017 (네덜란드) Heineken, ‘Heineken 0.0’ 출시
2020 (한국) OB 맥주, ‘Cass 0.0’ 출시
2. 미국의 무알콜 맥주
미국은 왜 이렇게 빨리 무알콜 맥주를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금주법’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19년 제정된 볼스테드 법(Volstead Act)를 통해 맥주의 알코올 함량을 0.5% 이하로 제한했는데, 이때 대형 양조장들은 무알콜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Anheuse-Busch의 ‘Bevo’는 6개월에 220만 상자(cases)가 팔릴 정도로 초기에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밀주 수요가 여전해 금주법 종결 후 대부분 사장되었다고 합니다.
금주법 이후에 사라졌던 무알콜 맥주는 1990년대 들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Miller Brewing은 1989년 “Sharp’s Beer”를, Anheuser-Busch는 1990년 “O’Doul’s”를 출시해 북미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이후 Heineken 0.0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진출과 함께 미국 내 크래프트 무알콜 양조사(Athletic Brewing 등)도 등장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무알콜 맥주 시장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웬만한 큰 마트에서는 무알콜 맥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을 금지하는 제도해서 시작되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무알콜 맥주 시장은 건강한 대안으로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건강, 생산성, 웰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과 Z 세들이 소비자로 부상하여 무알콜 음료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Dry January”와 같은 캠페인이 무알콜 음료 소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Dry January: 새해를 맞아 1월 한 달 동안 금주하자는 캠페인입니다. 2011년, 영국의 음주예방 자선단체인 Alcohol Concern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하나의 신조어로 자리잡았습니다.
3. 유럽의 무알콜 맥주
유럽에서는 이미 중세부터 도수가 낮은 ‘small beer’가 안전한 식수 대용으로 소비되었습니다. 이 음료는 박테리아를 죽일 만큼의 알코올만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small beer’는 물보다 영양가 높은 대안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이후 근대의 금주운동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속에서 무알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독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운전자를 위한 저알콜 맥주(Aubi, 1972)가 등장했고, 1979년 현재도 흔히 볼 수 있는 Clausthaler가 출시되며 본격적인 무알콜 맥주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1986년 Guiness가 자사 저알콜 맥주 라인으로 ‘Kaliber’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Heineken, Carlsberg 등 글로벌 맥주사들도 무알콜 버전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은 세계 최대의 무알콜 맥주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바이에른의 Weihenstephan 양조장에서는 현재 무알콜 맥주가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축제 옥토버페스트의 18개 대형 천막 중 16곳이 무알콜(비알콜) 맥주를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영국은 본래 과거 시장 규모가 작았는데, 최근에는 건강과 절주 트랜드(Dry January와 같은)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4. 일본의 무알콜 맥주
일본에서는 1986년, 일본의 주류 및 식품 기업인 다카라주조(Takara Shuzo)와 영국 배스 브루어리(Bass Brewery)의 협력으로 “다카라 바비칸(Takara Barbican)”이 출시되며 본격적인 무알콜 맥주가 등장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음주운전 단속 강화, 그리고 2017년부터 일본 정부가 맥주 등 주류의 할인판매에 대한 규제를 대폭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배경에 따라 무알콜 맥주 시장이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일본의 주요 맥주 제조사들에서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책임있는 마케팅을 실천하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화되어 무알콜 맥주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무알콜 맥주 시장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제 맥주 소비가 감소한 데 따른 수요 전환으로, 주요 브랜드들이 시장 성장을 주두하며 해외 브랜드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무알콜 맥주는 맛과 품질 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맥주 중 하나인 아사히 무알콜 맥주(리뷰보기🍺)를 마시고 감탄했었습니다. 라거 스타일의 0.00%의 무알콜 맥주가 밍밍한 워터리한 맛이 아닌, 맥주의 풍미를 꽤 잘 흉내내는 수준 높은 맥주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4. 한국의 무알콜 맥주
한국에서는 2012년 하이트진로에서 “하이트 제로 0.00″을 출시하며 무알콜 맥주 시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까지 국내 시장에는 무알콜 맥주 제품이 전무했는데요. 이후 2020년에 오비맥주가 “카스 0.0″을 출시했고, 2024년에는 레몬향을 더한 “카스 레몬 스퀴즈 0,0” 제품을 선보이는 등 제품 라인업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무알콜 맥주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유럽, 일본의 상황과 소비자 관심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나름의 가파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1년 415억원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23년에는 644억원으로 55.2% 성장했습니다.
소비자층은 주로 MZ 세대로,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절주와 웰빙, 저속노화 등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무알콜 맥주 수요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제가 마셔본 국내 무알콜 맥주 중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부족한녀석들의 “어프리데이” 맥주인데요. 보통 맥주 브루어리나 주류 기업들이 무알콜 맥주를 출시하는 것과 달리, 부족한 녀석들은 처음부터 무알콜 맥주로 시작한 곳입니다. 마셔보니 오랫동안 개발해온 해외 제품들과도 뒤지지 않는 맛에 놀랐답니다.